학회소식
| ※ 아래의 글은 연세의대 박정수교수님의 글입니다. "암입니다" 과잉진단이 과잉공포 불러 일으켜. 2013년 8월 2일자 국내 3대 일간지의 하나인 J일보에 난 기사 제목이다. 요컨대 의사들이 쓸데 없이 암이 되기 전단계인 전암 병소(precancerous lesions)까지 암으로 진단하여 환자에게 불필요한 공포심을 일으키고 과잉치료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국립암연구소(NCI)연구팀이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보고서로 그렇게 올렸단다. JAMA최근호(JAMA 2013; July29 epub)에 게재된 것은 맞으나 연구보고서는 아니고 개인의 견해(viewpoint)를 피력하는 의견란(opinion)에 게재되어 있다. 3명의 저자중 주저자는 칼리포니아 대학 샌프란시스코분교 Mt. Zion 병원 유방센터의 Laura Esserman 교수다. 초기암을 과잉진단(dverdiagnosis)하면 과잉 치료(overtreatment)로 가기 때문에 초기암 진단 스크리닝을 자제해야 한다고 하는 교수다. 예를 들어 유방의 상피내암(carcinoma in situ), 전랍선암(high grade intraepithelial neoplsia), 폐암 중 임상적으로 큰 위해가 없는 전암병소(premalignant lesions)가 그런 경우란다. 그러나 대장암의 전단계인 대장 용종, 자궁경부암의 전암병소 제거는 암발병율과 말기암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라고 인정한다. 그리고 전암병소를 암으로 분류하는 것은 바뀌어야 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진행되어 사망하는 것만 암으로 정의하자고 주장한다. 암이라고 이름은 붙었지만 양성종양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는 요로상피유두종 (papillary urothelial neoplasia)같은 것은 암(cancer)이라는 용어 대신에 "상피세포 기원 느린 병변"(IDLE: indolent lesions of epithelial origin)으로 재분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세상에나 튀는 친구는 있다니까...ㅎㅎ) J일보 기사를 다시 보자. 유방암, 전립선암, 폐암,갑상선암의 초기단계의 병변들도 암이 아닌 'IDLE" 재분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기 갑상선암을 슬쩍 끼워 넣었다) 이런 의견제시 이면에는 연간 수십만명이 불필요한 암진단과 치료를 받고 있고, 지난 35년간 암진단 건수가 크게 늘어났지만 암사망율이 현격히 줄지 않은 것은 암이라고 보기 모호한 초기 단계가 많이 진단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말하자면 암스크리닝(cancer screening test)으로 초기암이 많이 진단되었으나 말기암으로 사망하는 환자수가 줄지 않았으니 비용이 많이드는 초기암을 진단하는 것은 낭비라고 지적한 것이다. 뭔 소리인지....... 필자의 생각은 완전 반대다. 초기암이 많이 진단되었는데도 암사망율이 줄지 않는 것은 진행된 암환자도 많이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초기암 발견을 위한 노력은 더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또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기사 내용은 초기 갑상선암을 암이 아닌 IDLE로 분류해서 치료를 안해도 된다 뉴앙스를 풍긴다는 것이다. 갑상선 결절이 암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면 암은 암이지 느리게 퍼진다고 암이 아닌 IDLE로 분류하자는 것은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IDLE로 분류되면 암이 아니니까 치료를 하면 과잉치료가 된다고 말하고 싶은거겠지.... 갑상선병변 중에서 전암성병변(premalignant lesions)은 여포선종이나 휘틀세포선종 정도다. 처음에는 양성종양으로 출발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포암이나 휘틀세포암으로 변할 소지(malignat potential)가 있는 종양이다. 그렇다고 암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암으로 변하게 되면 유두암보다 경과가 나쁘다. 이런 결절은 암으로 변하기 전에 미리 해당 갑상선엽만 간단히 제거하면 완치가 된다. 이것이 과잉진단과 과잉치료인가? 전암성 병변은 아니지만 가족성 갑상선 수질암에서는 가족구성원중 RET종양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가족성 2A형(MEN2A)은 5세 전에, 2B형(MEN2B)은 1세 전에 수술하면 완치된다. 암으로 변하기 전단계이기 때문이다. 수질암으로 되고 난 다음에는 아무리 치료가 잘되어도 50% 이상은 재발한다. 가족성수질암의 사망율이 과거보다 확 낮아진 것은 바로 유전자검사와 예방적 갑상선 절제술 덕분인 것이다. 이것이 과잉진단과 과잉치료인가? 만성갑상선염, 요드과잉섭취 혹은 요드 켤핍, 갑상선 기능저하증 또는 항진증, 과체중, 양성결절을 가진 사람한테서 갑상선암이 잘 생긴다. 그렇다해서 이들 병변을 전암성이라해서 미리 암수술하거나 암치료를 하지 않는다. 그저 암이 생기는지를 추적검사 하다가 암이 생기면 그때가서 조기에 수술한다. 이것이 과연 과잉진단과 과잉치료인가? 최근 갑상선암의 발생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증가하는 이유로는 초음파 영상진단의 발달로 1cm 보다 작은 암이 많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주를 이루고 있기는 하나 반드시 이것만 가지고는 설명이 안된다. 1cm 이상 크기도 많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에는 한국개발연구원으로 있는 윤희숙 연구위원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한국에 갑상선암이 많아진 것은 초음파기기가 동네의원까지 확대되면서 지나친 검사를 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선 증상이 없을 경우 초음파를 하지 않는게 일반적이다" 기가 막히는 망발이다. 검사를 많이 하기 때문에 갑상선암이 많이 생긴다니........지나가는 개도 웃겠다. 1cm 미만암이라고 모두 느리게 퍼지는 순한 암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1cm이하 결절이면 세침검사 등의 진단과정을 생략하자는 때도 있었으나 2009년 미국갑상선학회 가이드라인은 이 기준을 0.5cm이하로 낯추어야 한다고 고쳤다. 많은 연구결과에서 1cm 이하라도 경과가 나쁜 환자가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0.5cm이하라도 암의심 결절의 위치가 성대신경, 기도, 식도 등 목의 중요장기 근처에 있으면 적극적으로 진단과 치료를 해야 한다고 권유한다. 필자도 1cm 이하 암에서 옆목 림프절 전이, 폐, 뼈 등의 원격장기까지 전이되는 것을 많이 경험하고 있다. 심지어는 0.5cm 이하라도 갑상선의 최첨단부에 위치하고 있으면 바로 옆목 림프절까지 전이되는 것을 많이 보고 있다. 유두암의 여러가지 변종들 (키큰 세포, 섬모양, 미만성 석회화, 고형, 원주, 저분화암)과 수질암, 미분화암은 크기가 작더라도 예후가 나쁘다. 필자가 속해 있는 갑상선암센터에는 갑상선암이 많이 진행된 환자들이 많이 찾아온다. 이런 환자들을 볼 때마다 " 아~~, 왜 빨리 오지 못하고 이렇게 늦게오나" 하고 답답해 할 때가 많다. 빨리 조기에 찾아 오면 환자도 편하고 의사도 편하고 예후도 좋을 텐데 말이다. 몇 년 전 서울대 조보연교수 연구팀의 지난 35년간 서울대병원의 갑상선암 치료결과에서는 50%이상이 재발하더라고 헀다. 옛날 우리나라 환자들은 증상이 있어야 병원을 찾았기 때문에 수술받을 때는 이미 암이 많이 진행되어 이런 나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기사에는 외국에서는 증상이 없을 경우 초음파를 하지 않는게 일반적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했는데,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그렇게 하고 있는데? 기사대로라면 다시 옛날로 돌아가 암이 많이 진행되고 난 다음에 진단과 치료를 해야 된다는 말이 되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에라이 ....자기 목숨과 관계되지 않는다고 근거 없는 소리를 함부로 하면 안되지....... 똑같은 갑상선암이라도 어떤 경우는 암이 빨리 퍼지고 어떤 경우는 몇 년이고 자라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사 내용에 "생체촬영 및 판독기술이 발달하면서 놔둬도 암으로 발전하거나 전이를 일으키지 않을 종양까지 제거 및 치료대상이 되는게 문제"라고 했다. 그 기사를 쓴 기자에게 묻고 싶다. 나둬도 암으로 발전하거나 전이를 일으키지 않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생체촬영 및 판독기술이 정말 개발 되었는가? 진짜 그렇다면 우리 의학 학술대회에 나와서 정식으로 가르쳐 주기를 바란다. 기사내용대로 생체촬영과 판독기술로 암환자에게 "당신은 치료할 필요가 없고 당신은 치료를 해야된다"고 판정할 수만 있다면 이 얼마나 획기적인 방법인가. 그렇게만 된다면야 얼마나 좋겠노 말이다. 이런 획기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우리 갑상선암학계는 구차하게 0.5cm 이하 결절은 지켜보다가 나빠지면 진단과 치료과정을 밟자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암으로 진단되면 임상소견을 가지고 저위험군, 중간 위험군, 고위험군 등으로 나누어서 치료범위를 정하고 예후도 예측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과잉진단과 과잉치료인가? 물론 저위험군으로 갈수록 치료도 간편하고 치료결과도 좋다. 따라서 갑상선암에서는 과잉진단-과잉치료라는 말보다는 과잉진단-과소치료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는 것이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속이 시원하겠는가.........에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