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내분비외과학회 페이스북

안녕하십니까.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의 자문위원이신 박정수교수님께서

외과 세부전문의에 대한 서신을 아래와 같이 보내 주셨습니다.

외부에서 들어온지 얼마 안되는 사람이 오래전부터 있던 사람을 내 쫓거나 해치려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비슷한 것으로 "주객전도"라는 말도 있다.

주인과 손님의 위치가 뒤바뀌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최근 의료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와 이비인후과학회가 갑상선이라는 명칭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한다.

일반 사람이 보기에는 의사들간의 추한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지 모르지만

대한내분비외과학회를 창설하고, 대한두경부종양학회 창설 멤버로도 참여한 필자로서,

먼 훗날 필자가 이 세상에 없을 때 후배들에게 사실관계를 바로 알려야겠다는

마음에서 이글을 남기고자 한다.


갑상선 수술은 역사적으로 원래 시작부터 외과의사가 시작하고 개발하고 발전시켜

왔다. 

1909년 갑상선수술 업적으로 노벨 의학상을 받은 스위스의 Theodor Kocker도

외과의사였고 그 이후에도 수많은 외과의사들이 갑상선수술 분야를 발전시켜 왔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갑상선수술은 현재까지 외과의사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

상식으로 되어 있다.

한국도 서양의학이 1885년 세브란스병원을 기점으로 도입된 이후 갑상선 수술이

외과의사에 의하여 수행된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 졌던 것이다..


대한외과학회의 전신인 조선외과학회와 대한이비인후과학회의 전신인

조선이비인후과학회가 창설된 것은 1947년 5월과 8월이다.

외과학회는 갑상선,두경부, 내분비(부갑상선, 부신, 췌장 내분비 등), 유방, 위, 소장,

대장, 외상, 화상, 흉부, 심장, 혈관에 대한 연구를, 이비인후과는 이름 그대로 귀, 코,

인후(목구멍)에 생긴 질병을 다루는 전문 학술단체로 출발한 것이다.


외과 분야가 너무 방대하다 보니까 흉부와 심장, 성형외과 분야는 일찍이 독립해서

전문학회로 떨어져 나갔고, 나머지 분야는 외과에 잔류하여 갑상선내분비외과,

유방외과, 위암, 소화기외과, 대장 항문외과, 외상 화상외과, 이식외과, 소아외과등의

세부전문분야로 나누어져 더 깊은 연구와 진료를 하고 있다.

한편 이비인후과는 이과, 비과,기관식도 ,후두음성언어, 청각학회, 천식 알레르기학회,
 
두경부,수면학회등으로 세분되어 있다.


대한내분비외과학회는 2000년 필자가 주도하여 창설하였다.

물론 그전에도 갑상선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들이 모여 1996년

대한내분비외과연구회를 결성하여 정기적으로 체계적인 학술모임을 가져왔는데,

필자가 이를 더 확대하여 정식 학술단체로 발전시킨 것이다.

당시에는 갑상선을 앞에 붙이지 않고 그냥 내분비외과 라고 학회 이름을 정하였다.

갑상선이 내분비기관이기 때문에 그렇게 했었는데 오늘날에는 그때 왜 정식으로

갑상선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았나 후회하고 있다.

원래 갑상선 수술은 외과에서 전통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당연히 내분비외과 영역이라
 
생각해서 별 생각 없이 그렇게 정한 것이다.

전세계적으로도 갑상선 수술은 내분비외과 영역으로 되어 있다. 

한국에서 갑상선수술만 전문으로 하는 의사는 1980년대초 이 분야의 미국연수를 받고
 
귀국한 필자가 처음이다.

갑상선 수술 전문 외과의사 1호인 셈이다.

세브란스병원이 갑상선수술로 유명해 진것은 이런 연유 때문인 것이다.

2002년에는 필자가 아시아 내분비외과 학회를 유치하여 국제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룬바가 있다.


문제가 생겼다.

내분비외과학은 갑상선, 부갑상선, 부신, 췌장 등의 내분비장기를 수술적으로 고치는
 
학문이다.

그런데 활동영역의 90%이상이 갑상선 수술이 차지하고있으니 이를 제대로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갑상선이라는 말을 넣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져

몇년전부터 내부적으로 대한 갑상선 내분비외과 학회로 지내온 것이 사실이다.


현재 대한의학회에서 세부전문의 제도를 외과내의 4개 분과만 허용하였다.

갑상선내분비외과 세부전문의는 유관학회의 비동의로 통과되지 못하였다.

바로 대한 이비인후과 학회 때문이란다.

이비인후과 에서도 갑상선 수술을 하고 있으니 내분비외과 학회에서 갑상선이라는

명칭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이비인후과 의사도 갑상선 수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숫자가 얼마 안되어 외과 쪽에서 그냥 묵인해 왔던 것이다.

이비인후과 의사가 갑상선 수술에 뛰어든 것은 연수로 따져서 그리 길지 않다.

1990년대 이후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최종욱 교수(현 관악 이비인후과)가

이비인후과에서도 갑상선수술을 하고 싶어 하는 의사가 좀 있으니까 박교수님께서

강의를 해서 좀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해왔다.

처음에는 망설이다가 뭐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이비인후과 의사중에 두경부암을

수술하는 의사는 갑상선수술도 가끔하는 수가 있으니까 한국에서도 그 정도는 해도

되겠다 싶어서 열심히 강의를 해주었다..

갑상선 수술의 초보 과외를 한 샘이었다.

정말 초보수준이었다.

(이 내용은 2009년 최종욱 교수의 저서 '지뢰밭으로 걸어가라' 에 잘 나와 있다).

그후 필자가 외과의사를 위한 "갑상선 부갑상선 수술 워커 샆"을 두차례 했는데

참석하라는 외과의사는 조금 오고 갑상선수술을 배우고자 하는 이비인후과 의사가

더 많이 참석하여 갑상선 수술의 핵심을 배워갔던 것이다.

이 이후 이비인후과에서도 갑상선수술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현재는 이비인후과 의사중에서 구강암,인후암, 후두암, 침샘암 등 두경부암을 담당하는
 
의사가 주로 한다.

완전히 내분비외과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갑상선수술은 이비인후과 영역이라고 공공연히 외치고 있다.

현상황에서 갑상선내분비외과를 고집하는한 세부전문의에서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갑상선 내분비외과 학회는 우리도 갑상선이라는 말은

안 쓸테니까 이를 동의하면 추후 이비인후과 세부전문의 시행시

두경부종양 세부전문과목명에 동의하겠다고 했단다.

그러나 이비인후과에서 돌아온 말은 “이비인후과의 두경부관련 세부 전문과목의

명칭을 두경부-갑상선외과로 하는것에 외과가 동의하면" 외과의 갑상선 내분비외과

또는 내분비외과 세부전문과목명에 동의한다"고 한단다.

이 무슨 망발인고......

이게 바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 소리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주객전도" 아니면 적반 하장이 이만저만 아니다.


중국의 등소평이 그랬다던가, "흰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갑상선 내분비외과 의사든 이비인후과 의사든 갑상선 수술만 잘하면 되지 않겠는가
 
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원조는 밝히고 해야 되지 않은가.

원조 할매집이 하도 많아지다 보니 어느집이 원조인지 모르게 되었다고 하지만

소위 지성인이라고 하는 전문의사 집단이 이렇게 몰염치한 일을 해도 되는지...

필자도 의사의 한사람으로서 수치스럽기 짝이 없다.

제발 이런 지저분한 얘기는 더 이상 안하고 살면 얼마나 좋겠노....